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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M] '애마', 에로+코믹으로 낚아 올려 폐부 찌르기★★☆

기사입력 2025-08-22 16:00
야만의 시대에 묵직한 날아차기 한방 갈긴 '애마', 마음 놓고 웃기엔 퍽 버거운 작품이다.

iMBC 연예뉴스 사진

22일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연출 이해영)가 공개됐다.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 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이하늬 분)과 신인 배우 주애(방효린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우선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힘 있게 지탱한다. 이하늬는 단순히 '섹시 스타'로 소비되는 희란을 복합적인 여성 캐릭터로 끌어올린다. 고통과 분노, 그리고 해학이 뒤섞인 연기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무게추다. 진선규는 웬수 그 자체다. 웃기다가 밉다가 시청자의 숨통을 쥐락펴락 가지고 노는 명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카메오 현봉식은 80년대 스크린에서 튀어나온 듯한 수준으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호연을 펼친다. 이외에도 80년대 촬영 현장의 복고적 질감을 살아 있게 복원한 연출력도 괄목할 만하다. 전반에 깔린 색감부터 오색찬란한 그 시절 의상들까지 보는 눈이 즐거운 '애마'다.


'애마', 제목부터 야하다. 대한민국 시청자라면 누구라도 과거의 에로 영화 '애마부인'을 연상하기 십상이다. 야한 영화의 상징성을 두루 갖춘 '애마부인'에서 차용한 제목이며, 내용 역시 '애마부인'의 제작기를 모티프로 삼아 픽션을 가미해 재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그다지 야하지 않다. 오히려 노출 장면에서는 작중 악인들의 횡포에 눈을 질끈 감게 된다.

대대적으로 내건 장르는 코미디다. 예고편만 보면 '색즉시공'에 버금가는 큰 웃음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막상 포장을 벗겨보면 박장대소할 만한 장면은 드물고, 후반부로 갈수록 야만의 시절 이면을 적나라하게 비춰 무겁게 가라앉는다.

이렇듯 대단히 야하지도, 크게 웃기지도 못했지만 작품성의 총평을 논하자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누군가 언젠가 반드시 했어야 할 이야기를 이제라도 '애마'가 용기 내어 했고, 시사하는 바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여성을 성적으로만 소비하던 그 시절 영화계에 맞선 여배우들의 연대기는 찬란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표현된다. 시대가 만든 괴물들의 추악한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과정보다 결과만 외치는 무뢰한들을 향한 강력한 일침은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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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단 80년대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금 시대에 흥행에 눈이 멀어 패악을 부리는 이들이 없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모양과 경중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곰팡이 핀 음지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작중 등장한 언론의 난도질부터 거대 제작사의 횡포, 막가파 톱스타의 안하무인 갑질은 곳곳에 현재진행형이다. 아직도 예술은 포장일 뿐, 서로의 힘자랑에만 열중하는 종사자들이 널렸다. 여기에 더해 2025년이 된 지금은 주인공 소속사의 신인 배우 끼워 팔기, 신흥 OTT 플랫폼의 시장 독식 등 새로운 형태의 교묘한 갑질이 난무한다.

그렇다고 '애마'는 영화 산업 종사자만을 위한 이야기로 천장을 좁히지도 않았으며 덮어놓고 여성을 무조건적 약자로 그린 작품도 아니다. “내 주변 불의를 보고 눈을 감은 적은 없는가, 당연시 여겨 온 악습을 방관한 적은 없는가.” 이렇듯 구태한 사회악들의 폐부를 찔러 시청자에게 복잡다단한 감정과 함께 자신의 처지와 견주어 생각할 거리들을 던진다.

다만 장르 혼합의 성패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견고한 작품성과 흥행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에로+코미디'라는 포장과 달리, 정작 본편은 후반으로 갈수록 중후하며 차갑다. 코미디적 장치들이 사회 비판과 조화를 이루기보다, 때로는 따로 노는 듯한 인상도 준다. 예고편에서 강조한 가벼움과 본편의 무게가 충돌하면서 일부 시청자에겐 어색한 톤 앤 매너로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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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내려놓고 깔깔거리며 킬링타임용 섹시 코미디를 즐기고 싶었던 시청자 입장에서 '애마'의 낚시는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소중한 여가 시간을 내어 넷플릭스 창을 띄워 두고 신중히 고른 끝에 '애마'를 담았을 그들이다. 기깔나게 에로+코믹으로 예고를 뽑아 대대적으로 홍보했기에, 좌판대에 올려둔 상품과 다른 것을 속여 판 격이다. 좋게 말하면 영리한 후킹이고, 꼬아 보면 얄궂은 낚시다. 확고한 취향으로 명료한 니즈를 지닌 시청자 입장에서는 '애마' 완주가 버거울 수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애마'가 남기는 여운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낭만과 야만이 교차한 시대를 비틀어 담아내며, 오늘날 여전히 반복되는 산업의 민낯을 정면으로 직시하게 만든다. 불편한 웃음을 넘어 성찰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분명 존재한다. 혹여 악습을 답습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업계의 교보재로 삼아 필수 시청을 권해도 좋을 수준이다.

iMBC 이호영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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